2022 ACC_R 레지던시 결과 전시 <Beyond Biophilia>
Beyond Biophilia (2022),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 한국
그림자 정원 Phony Garden
무아(2022)_VR, dimension variable
초록을 찾아서, Find Green(2022)_Video
가짜식물도감, Fake Plant Book(2022)_Interactive art, dimension variable
“만약 환경적 재앙이 닥쳐 지구의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린다면 우리는 어떻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본 프로젝트는 ‘인류세’를 해결하지 못하고 골든 타임을 놓쳐버린 인류가 맞이할 비극적인 세상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쩌면 현실이 될지 모르는b이 시대에는 동식물을 포함한 자연적 요소들이 사라지고 오로지 인간이 남긴 데이터만이 그들의 존재를 증명해 줄 뿐이다.
이곳에 만들어질 ‘Phony Garden’은 인간에게 남겨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복원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가짜 식물원이다. 이는 가장 절망적인 공간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인류의 시도이면서도, 여전히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벗어나지 못해 순환과 공존의 능력을 갖지 못한 허울 뿐인 모습이라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관객들은 지구에 남겨진 일부 데이터로 구성된 식물원 'Phony Garden'으로 입장하여, 관찰자가 아닌 당사자로서 이 공간을 부유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공간 안의 Interactive art와 Video 작업이 ‘인류세’를 초래한 당사자로서 공간 안의 과거를 찾기 위해 기억을 더듬는 체험이라면, VR 전시는 인간을 타자화하고 정체성을 탈피하여 인간 너머의 차원에서의 지구의 희망을 상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가짜식물도감, Fake Plant Book(2022)_Interactive art, dimension variable
유리온실 안에는 멸망해 버린 지구에 남겨진 단편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만들어낸 가상의 식물이 있다. 관객들은 이 허구의 식물에 물을 주는 행위를 통해 식물의 현 상태와 자라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이러한 ‘인터랙티브’는 식물의 생장처럼 보이지만 모순적이게도 같은 물로 비우고 붓기를 반복하는 의미 없는 행위로 단순히 인간이 모방한 가짜 순환일 뿐이다.
무아(2022)_VR, dimension variable
전시장 가운데에 한 개의 방독면(VR)이 마지막으로 살아있는 식물과 연결되어 있다. 전시장에서 살아있는 것은 오직 관객과 유리 속 식물 뿐이다. VR 기기를 끼고 들어간 가상의 공간 안에서 관객은 닭이 되어 마지막 살아남은 생명체로서 세계를 헤매게 된다. 전시장 내부의 다른 작품들이 현실에서 인간 중심적 사고에 머문 환경 복원에 대한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면 이 작업은 역설적으로 가상 세계로 들어가 망한 지구의 시점에서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가면은 단독 오브제로 존재함과 동시에 가상공간 안의 경험이 현실로 이어지도록 만든 장치이기도 하다. 이 기기는 VR이 여타 다른 전시에서 단순히 현실과 가장 유사한 형태의 경험을 대신하는 장치로만 존재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반기이기도 하다. 관객은 ‘방독면’의 형태를 띤 이 VR 기기를 착용함으로써, VR이라는 가상 공간에서 마주하는 것이 우리가 설정한 망한 지구라는 것을 인식하게 됨과 동시에 현실에서 느끼는 불편함으로 단순히 가상 세계가 나의 육체와는 별개의 체험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자신을 공간 속 타자와 동일시 여기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초록을 찾아서, Find Green(2022)_Video
식물 복원 사업의 책임을 맡고 있는 ‘Phony Garden’의 제작자는 멸종된 생물을 되살려 내기 위해 이전 세대 지구에 남아있는 일부 환경 데이터들을 AI에게 인식시켜 아직까지 남아있을지 모르는 식물의 흔적을 찾으려 한다. 이 영상은 로봇을 학습시키기 위해 과거 데이터에서 찾은 많은 영상들 중 일부이다. 과연 인류가 남긴 영상 자료만으로 인공지능은 식물을 발견할 수 있을까?